독일에서의 한국이주민: 통합의 모범생?

(Dieser Artikel erschien am 6. Juni 2008 in der koreanischen Community-Zeitung Kyoposhinmun.)

유현옥 (베를린)

독일사회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중의 하나가 이곳에 살고 있는 외국인(문화권이 다른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의 융화문제인데 유난히도 먼 나라인 한국에서 지구의 반쪽을 돌아 서 날라 들어와 사는 대한민국의 아들 딸들이 통합의 모범생으로 불려지고 있어 과연 그런가라는 의문표를 붙이고 이 모범생의 2세들이 베를린에서 학술연구 발표를 워크숍으로 시작했다. 올해 12월에 Bonn 대학에서 좀 더 깊이 연구하여 심포지움을 개최한다고 한다.

이틀에 걸쳐 독일, 영국, 한국에서 온 연구자들이 약 반세기 전에 시작한 재독간호사들과 광부들이 초기의 의도와는 달리 귀국하지 않고 이곳에 정착함으로써 시작한 한인이민역사에서 시작하여 그들의 2세와 1.5세들은 물론 유학생들 사업가들까지 포함하여 한국인으로 독일 땅 위를 떠돌아 다니며 사는 모습과 그들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귀한 시간이었다.

이날 초대손님으로 온 전 베를린 외국인수임관실장 Babara John의 말에 의하면 독일에 많은 이주민들이 살고 있지만 2세들이 아직 1세들이 살아 있는데 자신들의 정체성과 부모들의 원산지와 그 뿌리를 탐구한 실례가 없었다고 한다?. 하여간 그렇다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할 일이다.

워크숍의 주요내용은 노동생활, 여가생활, 종교생활과 관련하여 한-독부부와 한-한부부의 비교, 서독에서의 남한유학생, 동독에서의 북한유학생 그리고 유학생들의 이곳 생활과 귀국후의 생활, 파독 간호사와 정부에 대한 한국사회에서의 사회적 그리고 자전적 의미, 그들의 대한민국 민주화와 경제개발에의 기여, 오월민중제의 의미 등이었다.

특히 여성연구자가 발표한 한인남성 이주자들의 인종차별경험과 영화와 텔레비전 등의 대중매체에 나타나는 이주민의 자화상과 타화상은 주목할 만한 것으로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재인식할 계기가 되었다.

영국에서 온 한 여성연구자를 제외한 모든 강연은 독일어로 하였으며 강연에 이어 활기찬 토론 역시 독일어로 의견발표를 함으로써 모범생들의 실력을 발휘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라오케를 매개체로 한 „노래방하기, 정체성하기, 교포 (2세) 퍼포먼스“에 대해 영어로 강연을 하였다. 그 내용을 독일어만큼 이해하지 못한 채 기이한 환상까지 곁들여도 그 내용은 알동말동 하면서 머리 속에서 가물가물 하였다. 나의 이런 생각상태에 부각되어 온 가라오케방 —– 여러 계층의 사람이 어두컴컴한 가라오케방에 모여 목청 높여 노래를 하지만 그 정체성이 분명하게 손에 잡히지 않아 허물허물하고 푹신푹신한 분위기를 중계하여 뜻밖에도 Diaspora의 상황을 중재한 느낌이었다. 주제를 영어로 „Doing Karaoke, Doing Identity: Performing Kyopo“라고 했으니 그 의미를 억지로 번역하자면 가라오케를 통해 2세 정체성을 완수하라는 말이다.

가라오케는 원산지가 일본으로 내가 1970년 독일 행 비행기를 탈 때까지 들어보지 못한 말이다.

고국은 파독간호사들과 광부들이 노동이민을 떠난 후에 가라오케와 더불어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터이다. 가라오케는 일본 땅을 떠나 한국 땅에 도착하자 마자 대한반도에 튼튼하게 뿌리를 내려 자리를 잡은 후 한인의 정서 속으로 스며들어 갔다. 시와 때가 허락하는 데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즐기는 오락으로 이제는 떼어버릴래야 버릴 수 없는 한인 정신문화의 일부가 되었는가 하면 심지어 외국에 사는 2세들의 정체성형성에 까지 기여하고 있다. 이렇게 남의 것을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들고 거기에 융화하고 2세에게 물려주는 민족성이 외국에 살면서 고 실력을 발휘하여 통합의 모범생으로 제일 앞 줄에 서게 된 것인데…..?

이 워크숍이 계속 된 이틀 동안 반복되는 단어가 „틈“이라는 말이었다: 독일사회와 한인사회의 두 사이에 한 발씩 디디고 선채 두 사회의 틈 속에 끼여 오도가도 못하는 교포들의 상황을 표현한 말이다. 필요에 따라 한국 식에서 독일 식으로 독일 식에서 한국 식으로 요리조리 부닥치지 않게 살다 보면 틈이 생겨난다. 이렇게 생겨난 틈은 이곳에 사는 교포는 물론이고 이 곳에 살다 다시 돌아가는 귀국자뿐 만 아니라 공부 끝내고 돌아간 유학생들에 까지 감염되는 전염병 비슷한 것이란다.

독일사회가 요구하는 통합은 그들의 사회, 다수사회에 살아온 소수사회를 이루는 이주민들이 통합되어 잘 적응하여 주인인 자기들의 생활에 불편이 없게 할 진데 우리 것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아무리 잃을래야 잃을 수 없는 것이 우리에게 있다면 우리의 노란 피부이고 눈 모습이다. 그런가 하면 세월이 갈수록 심신과 정신이 독일 식으로 되어 간다. 그럼에도 겉 모양이 그러니 독일인은 될 수가 없다. 이 틈에 끼인 어중간한 한 인간이 이 이주민의 운명이다.

한국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어중간 한 귀신, 사람 열 잡아 먹는다.“

어쩌면 독일인들이 겁내는 것이 이 어중간한 귀신인지 모른다.

끝으로 모범생은 일등 생이 있으므로 그 존재가 가능한데 혹시 눈에 띄지 않는 교포 열등생이 있다면 그 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이 글은 지난 2008년 5월 22일에서 23일 간 2세 조직 중의 하나 인 „Korientation e.V.“가 베를린에 있는 „Werkstatt der Kulturen“에서 개최한 워크숍에 참석한 한국 1세 여성의 참관기다. 이 워크숍은 한국 쪽의 지원과 아울러 독일 „Bundeszentrale für politische Bildung und Europäisches Jahr des interkulturellen Dialogs 2008“의 특집행사라는 이름 하에 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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